- 저작권 침해가 우려되는 컨텐츠가 포함되어 있어
글보내기 기능을 제한합니다.
네이버는 블로그를 통해 저작물이 무단으로 공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컨텐츠가 포함되어 있는 게시물의 경우 글보내기 기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안내를 받고 싶으신 경우 네이버 고객센터로 문의주시면 도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고객님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가을, 가나안 땅에서 가져온 포도송이 (1664) 니콜라 푸생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손을 심하게 떨었다. 1660년대 그는 자신의 병든 몸에 맞서 떨리는 손으로 매우 느린 작업을 했다. 푸생은 그의 마지막 종교화에 어떻게 그의 생각을 집어넣을지,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했다. 푸생의 마지막 연작 <사계절>은 푸생의 숙고가 깃들어있고, 1660년에 시작했던 리슐리외 공작을 위한 풍경화 네 점을 1664년에 완성했다.
사계절은 계절의 순서와 일치하지 않지만, 성경에 나타나는 인류 역사의 네 시대와 연관되는데, <아담과 하와>의 봄은 율법 이전의 시대를 나타내고, <가나안 땅에서 가져온 포도송이>의 가을은 율법의 시대를 나타내며, 그리스도의 족보를 연상하게 하는 <룻과 보아즈>의 여름은 은총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고, 마지막으로 <대홍수>의 겨울은 최후의 심판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푸생은 <사계절>의 순환을 숫자 4의 상징성에 기반한 고대 전통을 따랐다. 계절의 수는 각 주제에서 미묘하게 불러일으키는 요소의 수에 해당한다. 봄에는 에덴동산을 지나가는 하느님의 숨결인 공기를, 여름에는 계절의 열기를 나타내는 불을, 가을에는 가나안의 기적적인 다산을 나타내는 풍요로운 땅을, 겨울에는 대홍수로 인간을 파멸하는 물이 있다.
푸생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에서 잘 설명된 전통에 따라 계절의 우화를 표현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봄에 꽃을, 여름에는 밀 이삭을, 가을에는 포도송이를, 겨울에는 홍수를 연관시켰다. 이러한 속성은 푸생이 선택한 성서적 주제의 풍경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봄에는 에덴동산의 꽃나무가, 여름에는 보아즈의 수확한 밭에서 나온 밀이삭이, 가을에는 가나안 땅에서 수확한 거대한 포도송이가,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노아 시대의 홍수가 내린다. 이처럼 푸생은 <사계절>을 통해 고대와 기독교라는 두 전통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그의 모든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사계절> 연작 중 <가을, 가나안 땅에서 가져온 포도송이>는 민수기 13장 1-24절이 그 배경이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사람들을 보내어 가나안 땅을 정찰하게 하고, 모세는 주님의 분부에 따라 각 지파에서 모인 열두 수장을 가나안 땅으로 보내어, 가나안 땅과 그곳에 사는 백성, 이들의 도시와 나무 등을 살펴보게 하며, 그 땅의 과일을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그때는 첫 포도가 익는 철이었다. 정찰대는 그 땅을 정찰하고 나서, 포도송이 하나가 달린 가지를 잘라 두 사람이 둘러메고 모세에게 돌아온다.
<사계절> 연작이 성경에 따른 것인 만큼 이 작품은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한 땅에서 가나안 사람들이 풍족하게 사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가을이 수확의 시기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맞아떨어진다. 우선 커다란 포도송이 하나가 달린 가지를 잘라 막대기에 꿰어 경쾌하게 메고 가는 두 남자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수염을 기른 건장한 청년들은 고대인의 복장을 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의 뒤쪽에는 긴 사다리에 올라가 나무에서 과실을 따고 있는 여인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바구니 가득 수확물을 담아서 이고 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이 풍족해 보인다. 곁들여 이러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외에 우리는 먼 거리까지 느껴지는 드넓은 자연과 맑은 하늘 등,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훗날, 서정적인 풍경화를 그렸던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는 “이것이 바로 자연이다.” 하고 경탄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푸생은 풍경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바위와 산, 나무와 하늘 등의 자연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거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공간감은 풍경이 실제 우리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푸생은 말년으로 가면서 풍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한 만큼 <사계절> 연작에서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뿐 아니라,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풍경을 통하여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었다. 특히 코로가 살았던 19세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이 작품에 경탄했던 코로는 이탈리아를 여행할 당시, 거의 평생을 로마에서 머물렀던 푸생이 거닐던 산책로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실제 그 산책로는 코로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가 순례하는 곳이었다. 푸생은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의 전기를 썼던 조반니 피에트로 벨로리(Giovanni Pietro Bellori, 1615-1696)에 의하면 푸생은 규칙적으로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씩 산책로를 거닐며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사색에 잠기곤 했다고 한다. 또한 이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언덕에서 로마의 시가지 전경과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18.7.9) |
작성하신 에 이용자들의 신고가 많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른 표현을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해 회원님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은 고객센터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