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노비제도에 관한 보고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발췌
서울,
1890년 3월 14일
장관님,
유럽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노예무역에 주력하는 시기에 제가 보고드리는 조선의 노비(奴婢) 제도가 장관님의 관심을 끌리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는 극동지역에서 자연에 위배되는 이 제도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선 이곳에서 남자들은 특이한 노예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게으르며 주인에게 약간의 봉사를 제공할 뿐입니다. 그리고 거처에서 탈출해 도망가기가 매우 쉬운데 이는 주인들로 하여금 노비를 사서 데리고 있는데 사용한 자금을 잃게 하는 행위입니다. 뿐만 아니라 궁궐이나 대가집에 고용된 일부 남자 노비를 제외하고는 일반가정에서는 대부분 여자 노예들 밖에 없습니다.
조선 각지에 주기적으로 가뭄이 발생할 때 대규모로 여자와 여자아이들의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이들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남편이나 부모들은 약간의 쌀이나 엽전 몇 푼에 남에게 넘깁니다. 이런 경우에 통상적으로 여자아이들이 6-8 프랑에 거래되지만 종종 더 싸게 팔리곤 합니다. 노예 상인들은 이들을 싼 값에 인도 받아 한양이나 큰 고을로 데리고 가 큰 이익(200-300 프랑)을 남기고 되팝니다.
가장이 양도하는 경우 외에도 노름에 져서 빚을 갚을 방법이 없는 경우에 남자가 자신의 부인을 채무자에게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양도는 법에 따라 증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매도자가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합니다. 만일 글을 쓸 줄 모른다면 종이 위에 오른손을 대고 붓으로 손 모양을 따라 그립니다. 원본을 베낀 사본을 본 보고서에 첨부해 보내오니 장관님께서 검토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노비는 죽을 때 까지 살아야 하는 집에 일단 들어가면 심한 노역을 강요당합니다. 주인은 자기 마음대로 노비를 다루며 노비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때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법적으로 노비를 죽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법을 어긴다 해도 처벌은 유배형에 처해질 뿐이며 실제로 처벌을 적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로는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 처벌을 피하고 만일 주인이 고위 관리나 양반이면 걱정을 끼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